“요한의 계시”가 아니라
“예수 그리스도의 계시”
우리는 이 책을 “요한계시록”이라고 부르지만, 책이 스스로 붙인 제목은 따로 있어요. “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”(1:1). 요한은 받아 적은 사람이고, 보여 주시는 분도, 보여 주시는 내용도 예수 그리스도세요. 😄 그러니 계시록을 펼 때 “짐승이 누구지?”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“예수님이 어떤 분으로 보이시지?”예요.
밧모섬은 에베소 앞바다의 작고 거친 섬이에요. 사랑하는 교회들과 바다로 갈라진 채 유배된 노사도에게 “주의 날”(1:10), 곧 주일에 예수님이 나타나셨어요. 눈은 불꽃 같고, 얼굴은 해가 힘 있게 비치는 것 같았어요(1:14-16). 그 순간 요한은 “죽은 자 같이” 엎드러졌어요. 60여 년 전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예수님 품에 기대어 앉았던 바로 그 제자가요. 친구처럼 가까웠던 예수님이 영광의 주님으로 서 계셨던 거예요.
그런데 예수님이 하신 첫 행동이 참 따뜻해요. “그가 오른손을 내게 얹고 이르시되 두려워하지 말라”(1:17). 옛날 갈릴리에서 하시던 그 손길, 그 말씀 그대로예요. 그리고 이 책은 처음부터 교회에서 소리 내어 읽도록 쓰였어요. “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들과… 지키는 자는 복이 있나니”(1:3). 한 사람이 읽고, 온 교회가 들었어요. 계시록은 암호를 푸는 전문가를 위한 책이 아니라, 주일에 함께 모여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성도들을 위한 책이에요.
※ 요한이 밧모에 유배되었다가 도미티아누스가 죽은 뒤 에베소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이레니우스,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, 유세비우스(『교회사』 3권 18, 23장)가 전하는 전승이에요.